비합리적 선택이 기업가정신의 본질인 구조적 이유

Editor. 엠비션라운지 이찬서대표

사업 시작하고 딱 6개월에서 1년 사이. 갑자기 모든 것이 뻑뻑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처음 몇 건의 매출을 올릴 때 느꼈던 그 속도감이 사라집니다. 일이 쌓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당신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사소한 일들이 너무 많아진 겁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클릭하고 복사 붙여넣기만 하다가 퇴근합니다. 이건 사업가가 아니라 잘 훈련된 오퍼레이터의 삶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 지점을 성장의 증거로 착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시스템을 구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버티는 겁니다.
전통적 의사결정 모델이 스타트업 현장에서 실패하는 구조적 이유
사업이 복잡해지면서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이 필요해집니다. 이때 많은 사람이 대기업이나 MBA에서 배운 ‘합리성’ 모델을 꺼내 듭니다. 그 합리성은 평균적인 시장 상황과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지금 노리는 기회는 통계적으로 평균이 아닙니다. 비대칭적 극단값, 아웃라이어에 존재합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성공 확률이 낮습니다. 시스템 구축 결정 역시 이런 필터를 통과해야 합니다. 당장 눈앞의 비용과 수고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필수적인 자동화 투자는 늘 다음 달로 미뤄집니다. 결국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비합리적인 지연을 반복하는 꼴입니다.

기업가적 확신은 왜 시장의 초기 부정적 데이터와 불확실성을 무시하게 만드는가
초기 시장 데이터는 대부분 절망적입니다. 투입한 노력 대비 성과는 늘 마이너스 영역에 머무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이 사업은 당장 접고 다른 기회를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단계에서 무너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들이 버티는 힘은 단순한 고집이 아닙니다. 현재의 미약한 수요나 부정적 지표를 무시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독점적 가치를 지금 선점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이 비합리적인 선택은 단순한 도박이 아닙니다. 나중에 모두가 뛰어들었을 때 절대 얻을 수 없는 비대칭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행위로 치환됩니다. 이 믿음 없이는 장기적인 시스템이나 워크플로우를 설계할 이유도 사라집니다. 그 모순을 끌어안고 가야만 합니다.
기회비용 개념을 ‘리스크 포트폴리오’로 재정의하여 비합리성을 수용하기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경제학 원칙에 따른 기회비용은 늘 가장 합리적인 차선책을 선택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기업가는 이 조언을 거부합니다. 대신 높은 실패율을 기꺼이 감수하고도, 오직 스케일업에 성공했을 때 발생하는 기하급수적 보상을 노리는 특수한 리스크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중입니다. 이 비합리적인 베팅 구조를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이 전략적 판단 없이는 당장의 효율성 지표에만 매달리다가 결국 지쳐서 시스템 구축의 장기적 동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안정보다 확장을 택한 대가입니다.

비합리적 베팅을 감정적 고집이 아닌 구조화된 실험(Structured Experiment)으로 전환하는 설계
많은 경우, 비합리적인 베팅은 감정적인 고집과 혼동됩니다. 이것을 전략적인 실험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비논리적인 프로세스를 옹호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구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패에 베팅할 수 있는 통제된 자원의 상한선을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달하지 못했을 때 깔끔하게 중단할 기준, 즉 명확한 가설과 실패 기준을 시스템으로 설계하십시오. 그래야 비합리성이 파국이 아닌 전략적 도구가 됩니다.
‘위험한 집착’과 ‘필요한 비합리성’을 구분하는 냉정한 판단의 기준
창업 현장에서 청년들이 지쳐 나갈 때, 대개는 ‘이번만 버티면’이라는 신념에 기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신념이 과연 시스템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거부 반응을 분명히 보이고 있는데도 개인의 투지만을 믿고 자원을 쏟아붓는 것은 위험한 집착입니다. 합리적 근거가 결여된 집착은 결국 자기 기만으로 이어집니다.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것은 그 비합리적인 베팅이 검증에 실패했을 때, 냉정하게 중단할 철수 기준을 미리 명확히 세워두는 일입니다. 이 기준이 없으면 투자는 도박이 되고 맙니다.
청년 창업가들이 유독 빨리 지치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일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같은 일이 통제 불가능한 방식으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새로운 루틴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면, 그 상태는 이미 방전 직전입니다. 시스템이 없으면 모든 성취는 개인의 희생을 연료로 삼습니다. 에너지 총량이 버티지 못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겪는 비효율과 스트레스는 정확히 시스템 부재가 원인입니다. 우리는 뜬구름 잡는 동기 부여 대신, 그 비정형 업무를 덜어내는 실질적인 도구를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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